며칠째 잠을 설쳤더니 페데라시온에 도착하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이곳 페데라시온은 엔트레 리오스(Entre Rios: 문자적으로 강들 사이의)주의 동쪽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강을 건너면 바로 우루과이 땅이다. 파라나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엔트레리오스와 우루과이에는 상당수의 온천들이 존재한다. 온천들은 이 지역의 경제 활동의 최대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루과이땅으로는 아라페이(Arapey), 다이만(Dayman) 그리고 과비주(Guaviyu)라는 온천들이 있고, 강 이쪽으로 아르헨티나 땅으로는 차하리(Chajari), 콘코르디아(Concordia), 페데라시온(Federacion), 콜론(Colon), 비쟈 엘리사(Villa Elisa), 콘셉시온(Concepcion)에 온천이 있다. 이 지역에 이렇게 온천장들이 많은 것을 보면 땅 속으로 뭔가 뜨거운 것이 지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페데라시온의 온천수에 몸을 담근 나 역시 뭔가 뜨거운 것이 무럭무럭 올라오고있다. 다름아닌 경찰들의 검문에 대한 반응인 것이다.
어제 저녁 국경을 넘으면서 5군데 이상에서 검문을 당했던 나는 오늘은 검문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경찰들이 특별히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라과이쪽으로 가는 국도와 브라질 우루과이로 가는 이 국도에는 특히 경찰들이 무엇인가 뜯어먹으려고 벼르고 있기 때문에 그게 귀찮은 것이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뉘면서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그래~! 비가 온다면 딱 좋겠다. 귀찮게 구는 경찰들도 비가 오면 없는 것이다. 그래, 비야 와라! 비야 와라!
기도가 실현되려는지 점심 식사를 마칠 즈음에 하늘에서 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늦 가을의 아르헨티나에서 비가 내리면 을씨년스럽기가 장난이 아닌 것이다. 당연 이렇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속에 경찰들이 국도에 나와 있을리가 없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업(up)되어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출발을 한다. 페데라시온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는 대략 550킬로미터. 브라질에서라면 8시간 이상이 걸리겠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6시간이면 충분하다. 잘 닦인 고속도로 덕분이다. 비가 오기는 했지만 경찰의 검문은 12번 국도와 14번 국도가 만나는 쎄이바스(Ceibas)에서 한 번 있었을 뿐, 별 제지없이 해가 지기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아버지 집에서 보내며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다. 차는 생각보다 많이 부서져 있었다. 어떻게 저 차를 끌고 내려왔는지 정말 내 생각으로도 대견하다. 이제부터 내가 끌고가고자 하는 곳들은 상당히 날씨가 추운 곳들이기 때문에 정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일단 깨진 앞 유리창을 바꾸었다. 그리고 스프링 수리점을 갔는데, 차체가 오른쪽이 함몰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강판 스프링을 더 집어넣고 스프링을 더 구부리고 모든 고무로 된 부품들은 교체하고 나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살 때 친하게 지냈던 자동차 수리 전문가에게 보냈다. 이 분은 현재 자동 수기계를 가지고 수를 놓는 공장을 하시는데, 한국에 계실 때 무슨 고속 버스 회사에서 정비사로 일하신 분이다. 아무튼 예전에 나와의 친분 때문에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내 차를 손봐주시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라디에이터를 바꾸고, 충격완충장치도 바꾸고, 모든 밸트를 바꾸었다. 또 냉각수가 순환하는 고무 호스들을 모두 교체하고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모든 부분들을 교체하거나 고쳐서 차를 잘 수리를 했다. 모든 수리를 마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의 자동차 수리점들과 부품상들이 늘어서있는 와르네스(Av. Warnes)길로 가서 자동차 바퀴에 맞는 체인을 구입한다. 혹시 모를 일이기 때문에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생 눈 위에서는 운전을 해 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설렘보다는 겁이 난다. 과연 눈 위에서 하는 운전은 어떤 것일까? 하는….
며칠을 지내는 동안 볼리비아의 산타 크루스에서 실상 우리 부부를 초대해 준 한 노부부의 친척을 만나러 간 것을 빼 놓을 수 없다. 그 노부부는 예전 아르헨티나에서 살 때 우리 부부와 절친했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이다. 얼마전에 볼리비아로 이주를 했는데, 이번에는 우리 부부를 산타크루스로 초대를 해 준 것이다. 그 초대를 받아들여, 겸사 겸사 여기 저기를 돌아다닐 생각으로 나온 여행인 셈이다. 그 노 부인의 동생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살고 있는데, 그 가족을 방문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유쾌한 오후 한 때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 이제 자동차는 모두 정비가 끝났다. 그렇다면 이제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일단 처음 코스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대서양을 따라 1600킬로미터 남쪽의 트렐레우까지 가는 것으로 코스를 잡았다. 트렐레우가 아니라 바로 위쪽에 있는 푸에르토 마드린이라는 항구 도시가 목적지다. 그곳에서 하루나 이틀을 보내며 가능하다면 주변의 발데스 반도에서 고래와 바다표범, 바다사자를 볼 생각을 해 봤다. 중간에 들를 곳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900킬로미터 떨어진 비쟈롱가(Villalonga)의 소금 온천을 들러볼 생각도 하고 있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출발이다. 가슴이 설레며 귀속으로 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래도 내일 운전할 것을 생각하며 잠을 청해본다.
이 여행기는 2003년에
아내와 함께 개조한 차를 가지고 브라질 꾸리찌바를 출발해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대서양쪽의 도시들을 통과한 한, 트렐레우라는 지역에서 대륙을 가로질러 바릴로체, 그리고 칠레로 넘어가서
칠레를 관통한 다음, 볼리비아로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의
18000km를 여행한 기록을 근거로 작성한 것입니다. 여행기는 계속 됩니다.>>>>


